1995년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처음 선보였을 당시 한국대표로 참가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추상표현주의 작가 곽훈의 개인전 ‘오마주 투 호모 사피엔스(Homage to Homo sapiens)’가 다음 달 2일(목)부터 31일(금)까지 서울시 강남구 예화랑에서 열립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작가가 몰입해 그려온 신작 50여 점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전시장 1층에 설치된 가로 7m에 가까운 대형 회화 설치 작품입니다.
1층 벽을 가득 채운 무수한 찻사발의 반복은 작가가 초기부터 꾸준히 작업해온 ‘다완(Tea Bowl)’ 시리즈를 떠올리게 합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내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 사유하는 행위의 정적이면서도 깊은 에너지를 표현한 이 작품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정의 그 자체이며, 작가는 여기에 경의를 표함으로써 새로운 인류의 미래를 꿈꿉니다.
곽훈 작가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처음으로 한국관이 개관할 때 전시 작가로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주제로 ‘겁/소리’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동양 철학의 정수를 한국적인 소재인 도기, 흙, 나무 등을 사용해 ‘기(氣)’, ‘겁(劫)’, ‘다완(Tea Bowl)’, ‘할라잇(Halaayt)’ 시리즈로 변주해왔으며, 한국적인 조형 언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몰두해온 ‘할라잇(Halaayt)’은 이번 전시 주제에 맞추어 더욱 밀도 있게 진화한 형식으로 선보입니다.
할라잇(Halaayt)은 고대 이누이트족의 고래사냥 의식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인간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고래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곽훈 작가는 “현재의 인류가 마지막 호모 사피엔스가 될 것이다. 새로운 미래에 걸맞은 신인류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내 작품 또한 시대에 맞춰 끝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